Edzard Ernst 교수는 대체의학을 지난 글에서 말씀 드린 EBM의 도구들로 연구, 확인하여야만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현재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대표적인 의학연구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한의사 중 한 분도 이 교수의 지도하에 학위를 하신 분이 있지요. 또한, Trick or Treatment라는 책의 Chapter 1 에서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의 역사와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곧, 본인이 의학의 효과와 안정성을 검정하는 도구로 사용한 RCT만이 엄격한(rigorous) “과학”임을 주장함과 동시에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책의 첫 장에서 장황한 사례들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과연 RCT만이 의학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검정하는 엄격한 과학인가 하는 데는 다양한 다른 견해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EBM을 근거왜곡의학(Evidence Biased Medicine)이라고 비꼬는 의사나 연구자들도 있을 뿐 아니라 RCT만이 신뢰도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가지고 one case report의 중요성이 결코 낮은 지위를 차지하여 임상의사나 연구자들에게 무시되거나 버려져서는 안됨을 경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대의 임상역학분야와 EBM계의 또 다른 거장이신 Dr. Milos Jenicek 같은 분의 의견이 그러합니다. 물론, 현재 분위기로는 대세에 좀 밀리는 듯하지만, 직접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저 역시 one case report의 중요성에 오래 전부터 충분히 공감해 왔던 터라 그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훈련 받을 수 있는 길을 여쭈었더니 현재로서는 전세계적으로 그런 과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나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므로 당신께서 필요한대로 도우시겠다는 감사한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멀리 보고 먼저 좀 큰 그림을 이해해보겠다는 목표로 RCT와 같은 임상시험과 meta-analysis등을 실제로 design해서 진행하고 통계 분석하는 실무전문가(Clinical Research Associate, CRA)과정을 EBM의 본산인 McMaster University에서 우선 공부하게 된 것입니다. 8체질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이 현대의료의 흐름 가운데 유효성과 안정성을 인정 받으려면 결국 이러한 RCT나 meta-analysis등으로 무장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세상이 절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다양한 난치질환들이 오로지 8체질침과 식이요법으로 깨끗이 해결되는 사례를 보고하는 Evidence Based Case Reporting이 결코 신뢰도 계층의 맨 아래에서 전세계의 의료인이나 연구자들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는 의학자료가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믿습니다. 하여, 우선은 8체질임상의 우수한 결과를 단지 one case report라도 하나씩 하나씩 가치있는 증거(Evidence)로 만들어 쌓아 나가야 그 다음의 pilot study와 결국은 RCT의 진행을 촉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볼 수가 있겠지요. 비록 그것이 저희의 세대에 이루어 질 일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다음세대에서라도 이어지려면 기초가 쌓여진 역사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겠고, 이어나갈 다음세대의 인재들과 자본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글에서 Edzard Ernst 교수가 쓴 이 책에 대해 간단히 대체의학의 각 분야를 EBM(Evidence Based Medicine)의 몇 가지 도구로 검정했을 때의 한계를 묶은 것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러면 과연 이 책에서 각 분야의 대체의학을 검정하여 유효성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한 RCT와 meta-analysis등 EBM의 일부 도구들이 타탕하며 믿을 만 한 것인가를 한번 짚어 보겠습니다. 근거중심의학, 증거중심의학으로 번역되는 Evidence Based Medicine(EBM)이란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임상역학(Clinical Epidemiology)의 한 분야로 역사를 길게 보자면 제법 되지만, 실제적으로 현대의료에서 꽃을 피워서 임상의학의 각 분야에 유효성과 안정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도구로 대두되어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정도부터 이므로 아주 근래의 일입니다. 특히, 이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량의 의학정보들을 모니터 앞에 앉아서 편리하게 수집검토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제가 머무르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서쪽으로 약 한 시간쯤 거리에 떨어져 있는 McMaster University의 Clinical Epidemiology & Biostatics(CE&B)에서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선 뉴스해설에서 EBM의 창시자로 인정받는 Dr. David Sackett의 작고소식에 간단한 추억을 전한 적이 있지요.(http://www.ecmstudy.com/ecm-eyes---medical-news--commentary/dr-david-sackett-who-proved-aspirin-helps-prevent-heart-attacks-dies-at-80) 분명히 EBM은 현재의 임상의학분야에서 서양의학이든 동양의학이든 기타 대체의학이든 관계없이 수술이나 약물치료의 효과와 안정성, 각종 검사와 의학논문의 신뢰도, 논문간 신뢰도의 일치성 등을 분석하는 임상연구분야뿐 아니라 실제 환자를 만나서 그 환자에게 가장 최신의 최고의 최선의 선택을 해주어야 하는 임상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EBM의 여러 도구들 중 논문이나 의학정보의 질적평가를 하는데 있어서는 증거의 계층(hierarchy of evidence)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으로 검정된 유효성과 안정성만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는 것이 현대 임상의학연구의 흐름이자 유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보다 한 단계 위의 신뢰도를 인정받는 것으로는 RCT들을 모아 다시 체계적 검토(systematic review)를 통하여 메타분석(meta analysis)하여 나온 결과들을 가지고 RCT간의 일치성까지 분석하여 나온 Cochrane review등을 최고로 치고 그렇게 검정이 되어야만 오로지 효과와 안정성을 최고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침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심지어 사기라고까지 주장하는 많은 과학자, 의료인 등이 있고, 또한 정치적으로 말살하려는 시도까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횡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 최고의 수재들이 들어가는 한의과대학에서 침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나온 많은 한의사들마저도 공개적으로 내 놓지를 못하여서 그렇지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 진다고 보입니다. 제 주변만 그런가요? ㅎ
오늘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수차 저희 원내스터디에서 일독을 권하고 ecmstudy.com의 Medical Basics에 오래 전에 링크도 해 놓은 책입니다. 영국 Exeter University의 대체의학연구소장이었던 Edzard Ernst교수가 과학저술가 Simon Singh이라는 사람과 공동으로 펴낸 “Trick or Treatment”라는 책입니다. 며칠 전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는데 제목이 무엇인지 아세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입니다. 번역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한상연이라는 번역가가 해 놓은 번역인지 출판사에서 제목을 정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번역을 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침,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 약물요법에 대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Evidence-Based Medicine(EBM)이라는 tool로 검정해본 대체의학의 거의 대부분의 분야는 적어도 현재까지 효과와 안정성을 믿을만한 근거(evidence)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객관적 서술입니다. 더욱이 동종요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엉터리라는 주장을 해 두었습니다. 다른 분야는 Evidence를 만드는 과정중의 방법론(Methodology)에서 과학적 엄격함(rigour)이 부족하거나 왜곡, 편견(bias)등이 들어 있어 인정하기 어렵거나 연구결과들간의 편차가 커서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정이 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서술하고 있는 편이지요. 사실은 영국에서 동종요법을 완전히 반대하는 의견을 내었다가 열렬한 대체의학 지지자인 여왕의 아들 찰스황태자에게 밑보여서 Exeter대학에서 조기퇴직이라는 형태로 쫒겨나게 된 이후 쓴 일종의 반격용 책입니다. 아예 원본의 서두에 ‘Dedicated to HRH The Prince of Wales’, 번역하자면, ‘찰스황태자(The Prince of Wales)전하(His Royal Highness, HRH)께 헌정함’ 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비꼬고 있지요. 옛날 같으면 단두대에 오를지도? ㅎㅎ 눈부시게 발전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의 서양의학도 이 책의 초반에 나오듯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의사들이 질환의 종류를 막론하고 피나 뽑다가 미국의 1대 대통령 조지워싱턴을 대량 실혈로 죽였던 것이 전부였던 의학입니다. 또한, 현재에도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약물, 수술, 진단등의 많은 부분들이 엄격한 EBM이라는 ‘과학’의 잣대로 보자면 무당의 푸닥거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 효과와 안정성의 확률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만, 이 책은 단지, 그 tool을 대체의학의 각 분야에 들이 대었다는 차이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의적 한국어번역이 자기의 전공 외에는 모두 비과학이고 대중에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하며 없애버려야 한다는 정치논리를 가지고 사익을 추구하며 그 근거를 찾기 위해 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많은 과학자, 의료인 등 회의론자들에게 기름기 많은 맛난 뼈다귀를 하나 던져 준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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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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