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분들이 남녀노소 및 체질을 불문하고 참으로 다양한 건강식품들을 복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아연실색을 할 때가 많습니다. 체질을 진단하고 섭생을 지침해 드리면서 이러저러한 것은 우선 중단을 하시고 가능하면 모든 것들을 중단하고 일반식사를 ‘체질에 맞게’ ‘단순’하게 ‘소식’하시라고 강권하게 되면 오히려 환자분으로부터 이건 어디에 좋고 저건 어디에 좋고 하는 건강식품강의를 들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각종 비타민과 오메가-3등 제대로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인지, 질은 어떤지, 효과가 있는 것인지 또한 왜 이렇게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인지 등의 문제를 심층취재하여 대중에게 공개한 캐나다의 공영방송 C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The Fifth Estate”라는 TV프로그램에서 ‘Vitamins and Supplements : Magic Pills’라는 제목으로 2015년 11월 20일에 방영한 것으로 건강식품회사의 자본과 로비가 엄청난 이 시대에 이런 방송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공익을 생각하는 방송이기에 가능하겠지요? 가끔 영국의 BBC나 캐나다의 CBC같은 곳에서 제법 가치 있는 내용들이 나오는 편인데 영문자막이 함께 나오는 비디오파일을 연결시켜 두었으니 ECM Eyes의 내용을 읽어보시고 영어공부 삼아 원어로도 한번씩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내용을 파악하고, 알고 보면서 들으면 좀 더 잘 들릴 것입니다. ㅎ 먼저, 제가 살고 있는 Toronto의 서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Guelf라는 조그만 도시에 Guelf대학에서 식물의 DNA를 연구하는 Steven Newmaster라는 교수의 연구결과에서부터 내용이 시작됩니다. 2012년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고 있는 44종의 건강보조식품(Herbal Supplements)에 대해서 성분과 함량에 대하여 DNA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하였는데, 60%에서 표시되지 않은 성분이 나왔고 이는 거의 대부분 alfalfa filler, 즉 일종의 부형제로 실제 유효성분이 아닌 것이지요. 표시된 유효성분이 확인되는 것 중에서도 1/3은 완전히 가짜성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 자극을 받아 미국에서도 후에 비슷한 연구를 하였으나 더 심각한 상황이었음이 뉴욕타임즈에 보도가 되기도 했답니다. 두번째로는 비양심적인 스테로이드의 혼합 등에 대한 고발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판매 되었던 이름도 그럴싸하게 Purity First라고 하는 비타민제제로 근육을 증강시키면서 남성호르몬 동화작용을 하는 anabolic steroid를 넣은 경우입니다. 실수로 제조과정 중에 섞였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약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비전문가들의 장사속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주제로는 각종 비타민 및 건강식품의 과도한 복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비타민C 한 알이면 7~8개의 캔털롭을 먹는 것과 동일하며, 비타민 E 한 알이면 1670개의 아몬드를 먹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자연상태의 과일이나 견과류를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는 것이지요. 체질에 맞는 음식이라도 소위 건강식품이나 무슨 주스 등으로 만들어 먹게 되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다고 늘상 알려드렸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과량복용은 당연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되며 체질에 대한 개념이 없는 단순한 통계에서 마저 위험한 경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2013년에 Annals of Internal Medicine이라는 유명한 의학잡지에 ‘Enough is Enough’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건강식품의 섭취에 대하여 ‘어떠한 유익도 확인되지 않고 해로울 수도 있다(no clear benefits and might be harmful)’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또한, 비타민D의 연구에 있어서 나름 세계최고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Dr. Joann Manson이라는 분은 비타민D를 엄청나게 과량 복용했을 때의 유익에 대해서 ‘자료나 증거를 보여줘 보라(show me the data, the evidence)’고 강력히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심혈관질환의 높은 발생율과 다양한 원인의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대한 증거가 많이 쌓여가고 있으므로 무조건 많이 복용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가정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이어서 나오는 Omega-3제품에 대한 것은 더욱 기가 찹니다. 주로 멸치종류의 생선에서 추출한 생선기름(fish oil)을 캡슐에 담은 것으로, 생선기름의 기본적인 특성상 산패(rancid), 즉 공기 중에 노출되면 아주 빠른 속도로 썩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뉴질랜드의 한 연구조사에서는 판매되는 Omega-3제품의 83%에서 산패(rancid)된 것을 확인한 보고를 발표했고, 이를 가지고 세계최대의 생선기름유통협회(Fish Oil Trade Association)의 최고책임자한테 따져 물으니 자기들 업계의 통계는 20%정도라고 반론으로 얘기하는데, 이 사실을 일반인들이, 그것도 오늘도 캐나다에서, 뉴질랜드에서 좋은 건강식품이라고 선물받은 Omega-3를 열심히 복용하고 있는 분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10알을 먹었으면 최소한 2알에서 최대 8알은 썩은 생선기름으로 만든 제품을 먹는 것이고 또한 이는 인체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혈관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근거가 많은데 말이죠. 그러면 이러한 질적인 문제와 더불어 혹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하여도 건강에 유익하거나 질병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 수많은 건강식품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게? 대량으로 판매되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결과적으로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제조사들의 로비입니다. 대개 언론과 정부를 70년대에는 석유자본이, 80년대에는 제약자본이, 90년대 들어서는 건강식품자본이 좌지우지한다는 우울한 소문이 거의 사실인 듯 보입니다. 건강식품에 대해 제조사들로부터 유효성과 안정성에 대해 충분한 시험과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법률과 규제 등을 제정하려던 노력은 건강식품업계의 로비력?으로 언론과 정부를 장악하여 미국 같은 경우 그러한 법을 제정하려다가 의회(Congress)에서 베트남전쟁 때보다 더 많은 편지를 호도된 대중으로부터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캐나다의 경우 결국은 보건부 장관이 나서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freedom of choice)를 주어야 한다는 얼빠진 소리를 하면서 굴복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현재 캐나다의 경우는 건강식품의 승인을 단 10일만에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도 길다고 줄이려는 시도들이 많다고 하니 어이가 없지요. 미국에서 아주 show doctor 또는 doctortainer로 최고라 할 수 있는 Dr. Oz라는 의사가 나와 뭐가 어디에 좋다고 해 놓으면 대중들은 거기에 혹하게 되고 건강식품업자들은 최단시간 안에 그 성분이 포함되거나 또는 포함되었다고 공갈?을 쳐서라도? ㅎ 빨리 팔아먹고 돈을 벌어야 하니 10일이라는 정부의 승인기간이 그들에게는 길기만 한 것이지요. 이를 Dr.Oz effect라고 부른답니다. 대략 이러한 내용들이 정리되어 고발 및 소개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평소 진료실에서 자주 또는 많은 환자분들께 언급들을 해오고 이리저리 설득해서 쓸데없는 건강식품들을 드시지 않도록 강권해오고 해도 가끔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환자분의 바른 인식과 그에 따른 건강 및 질병의 치료에 꼭 소개하고 전하여 계몽할 수 있는 자료로 쓰이기를 바랍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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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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