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면 한의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대개 3월부터 임상의 현장으로 많은 한의사들이 배출됩니다. 각자의 관심과 선배의 권유 등으로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의사로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 딛게 될 것입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새 면허증을 들고 나오는 신임한의사나 한의임상계에 오래 몸담고 어떤 분야에서 어느 만큼의 입지를 확보한 분들이나 또는 나름 8체질임상을 오랜 시간 해 오고 있지만 임상의 꽃을 활짝 피워보지 못하고 그렇다고 이 위대한 학문의 맛은 본적이 있어 버리지도 못하면서 그저 그렇게 한계와 어려움 가운데 지지부진하게 환자를 대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 ecmstudy.com을 통하여 8체질임상의 기초(ECM CBC)를 공부하는 과정을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온라인화 하므로 시간과 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크지만, 비슷한 사정에 있는 이들끼리의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지 못함은 큰 단점이기도 한 듯 합니다. 오늘은 8체질임상에 첫발을 들이는 분들께, 또는 첫발을 들이긴 했으나 여전히 위축된 모습으로 텅빈 진료실에서 한숨 지으며 임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8체질임상의 본질에 충실할 것을 강권합니다. 그 본질이란 것은 바로 질병의 치료이지요. 권도원 박사님께서 8체질의학을 창시하게 되었던 그 본질적인 이유도 결국은 동서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함이었고, 그것이 거대한 세상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권우준 선생님께서 저와 개인적인 대화 중에 해주신 말씀 중에 그 핵심이 담겼으므로 그대로 전합니다. “의사는 병을 보면 겉잡을 수 없이 화가 나야 하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마냥 기뻐해야 하는 사람이다. 8체질의학은 살아있는 것이 바르게 살아있게 하고 병과 싸울 수 있게 해 주며, 그 병을 이기도록 해 주는 길잡이이다. 미래의 진정한 의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의학이지…(중략) 바른 원리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연약해 보이게 될 것이다만, 내면은 결코 그렇지가 않을 것이야. 그 모습이 바로 지금까지의 박사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기다림, 참음, 닮음이 없으면 변질이다. “ 오랫동안 많은 경우에 8체질임상에 관심을 갖고 오신 분들 중에는 치료를 잘 하고 싶다고 가장하여 왔으나 결국 돈과 명예에 목숨을 걸어 변질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 온지라 더욱 강조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다음으로는 그렇게 질병과의 전투에 집중하여 적극적이고 끈질긴 자세로 최선을 다 할 것을 권합니다. 환자의 질병을 분명히 인지하고도 나의 맥진실력이 부족해서, 치료의 실패가 두려워서 또는 치료실패후의 비난이 부끄러워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쭈뼜거리며 자신없어 하는 모습들을 초심자들에게서 자주 봅니다. 8체질의학이라는 위대한 도구를 손에 들고서도 말이죠. 우선 실력이 부족하면 정성으로라도 적극적이고 끈질기게 환자분께 다가가야 치료의 기회와 그로 인한 실력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요. 치료를 하다가 오지 않는 환자는 그냥 내가 치료를 잘 해서 더 안 오나 보다 하고 자위하며 전화 한 통 걸어보지 않고 확인하지 않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시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체질진단만 원하여 다녀가신 분에게 체질섭생표를 쥐어 보내며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마시고 한달 후, 두 달 후 꼭 확인해서 섭생을 잘 지키고 있는지 그래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지 오히려 불편한지 확인을 하고 필요하면 다시 점검을 하는 정성을 보일 때 환자는 감동하거나 또는 미안해 할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감사해 하고 가끔 귀찮아 하시는 분이 있지만 절대로 기분 나빠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한 생명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정성과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의사로서의 가장 기본자세일 뿐 아니라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가 꽃피는 지름길이 되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위에서 제안 드린 적극적이고 끈질긴 자세를 통하여 환자의 문제와(patient & problem based) 맞부딪치는 데 집중을 하실 것을 권합니다. 사실 텅 빈 진료실에서 차트를 찾고 문제를 발견하고 전화를 돌리고 하여 때론 창피를 당하기도, 때론 두려운 일도 있겠지만 그렇게 문제와 환자를 직접 부딪히지 않고 그저 그 빈 시간들을 말없는 교과서와 장사속 가득한 강의 등(text & lecture based)에 집중하면 반드시 여러분의 임상력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책과 강의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와 문제(patient & problem)를 해결하긴 위한 빠른 참조(quick reference)로서 인터넷, 신문기사, 교과서, 강의, 자료집 등을 이용하여 문제중심의 정보들을 재빨리 취합해 오는 습관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임상이 망하는 지름길은 자신의 부족한 정보를 채우기 위해 어떤 분야의 교과서를 환자와 연관 지어 빨리 확인해 와서 적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학생 시절처럼 그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환자가 없는 시간에 모두 정독하겠다는 열심을 내게 되면 점점 더 현장과 문제, 환자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네번째 8체질임상의 실제를 확인하고 바른 임상을 하는 선임진료자의 진료를 열심히 참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지만, 그것이 너무 길어지면 역시 곤란해집니다. 마치 수영장에서 물속에 뛰어들지는 않고 물가에 서서 수영을 하는 방법을 열심히 전문강사로부터 배우고 공중에서 팔을 휘젖는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수영을 잘 하게 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물 속에 뛰어 들어야 비로서 배운바 대로 스스로 팔을 움직여 보며 물에 뜨고 수영을 익히게 되는 것이지요. 8체질임상기초과정(ECM CBC)에서 알려드린 정도만 충분히 습득해도 이미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을 습득하신 것이고, 바로 독립임상에 뛰어 들어도 될 만큼 이미 충분한 학습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 훈련시스템 속에서 추가로 최소한의 훌륭한 선임진료자들(P-PDrs.)의 진료를 수개월 관찰하는 정도가 더 해지면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나름의 독립임상을 시작하는 것이 두렵고 떨리더라도 자신의 임상이 성장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또한, 8체질임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다양한 자기 나름의 색깔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선임 원장님께서 굉장히 카리스마있게 환자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따라 한다거나 더 나아가 창시자이신 권도원박사님께서 하시는 대로 그대로 흉내를 낸다고 해도 절대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장점을 스스로 잘 발견하여 세심하고 꼼꼼하게 환자분들의 문제를 챙겨드리는 부드러움이나, 힘있고 강하면서 겸손하게 잘 치료해드리는 모습 등의 자신만의 선택지를 잘 발견할 수 있기 바랍니다. 그러한 다양한 장점들을 발휘하여 환자분들과 관계를 잘 형성하고 치료에 만전을 기하여 좋은 결과를 일으켰을 때 여러분의 진료실은 차고 넘치며 보람으로 가득해 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앞서 거론한 권고들을 바탕으로 무조건 많은 환자들을 보실 수 있기 바랍니다. 여러 측면에서 “무조건 많은 환자분들”을 체험하는 것은 8체질임상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많은 환자에 치여서 명품진료를 할 수 없다라고 하는 근거 없는 소리를 합니다. 물론 너무 몰려서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 역시 하늘은 감당할 만큼만 보내주신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늘 20만 명 이상의 환자를 보아야 맥진을 조금 알 수 있다고 하신 권도원 박사님의 말씀도 그렇고,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경험하면서 디테일의 차이를 구분해 내고 그 차이에 따라 각각 다른 메커니즘과 처방의 분석 및 치료의 결과를 만들어본 충분한 경험이 쌓여야 자연스럽게 명품진료가 되는 것도 새겨 볼 입니다. 결코 명품진료라고 생각되는 의사의 진료를 옆에서 수십 년 관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교과서와 씨름을 해서 지식이 많이 쌓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 먼저 경험한 선임의사의 강의과 자료집을 열심히 본다고만 해서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지도 않습니다. 무조건 많은 환자를 자신이 스스로 경험한 후라야 정확하고 좋은 치료의 결과를 많이 만들어 내는 임상력의 폭증이 가능한 것입니다. 즉, 양적축적이 질적성장을 추동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아직 8체질임상의 미진한 성장가운데서 헤메이며 고생하시고 있는 분들께는 뼈아픈 고언이 될 수도 있겠으나 처음 8체질임상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후배님들에게는 작은 길잡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 주 ECM Eyes를 대신합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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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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