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말씀 드린 질병인가 습관인가의 선행문제로 어떤 증상이 질병인지 아닌지를 먼저 구분해야 하는 다양한 경우 중 하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원이라는 1차 진료기관에서 주로 환자를 맞으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만나는 분야가 근골격계질환일 것입니다. 또한, 더욱 단순하게 일반인들이 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삐었을 때”일 것입니다. 과연 그럼 부종, 통증, 열감 등의 불편한 증상을 나타내는 이 흔하디 흔한 “삐었다”는 것이 질병인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질병”이라는데 동의들을 하시는지?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가자면 전혀 질병이 아닙니다만… 먼저 질병의 정의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의라 하면, 다소 사변적이며 실제와 동떨어진 학문적 교과서적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치료와 결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정리일 것입니다. 대개 일반 동네한의원들이 염좌라는 상병명으로 건보공단에 청구하며 나름 가장 많은 노하우들을 갖고 열심히 “치료”해주고 있는 “질환”이라고 믿고 있지요. 반면에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은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요? 흔히, 양방의사의 입에서 바로 튀어 나오는 얘기가 그것이 어찌 침을 맞아서 그런가? 그냥 시간이 지나서 나은 것이지 하고 반문하지요. 실제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열심히 치료를 해 준 것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한의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딛고 아마 가장 많이 했던 일이 부은 발목을 부여잡고 삼릉침으로 유혈이 낭자하게 만들고는 부항을 붙여 피를 한가득 빼내고 선지처럼 굳은 피를 처리하고 한방파스(대황치자고? 등)를 붙여주고 염좌부위의 몇몇 혈자리와 조금 머리를 써서 침구서를 뒤져 원위혈 한두개 찔러주는 일인 경우가 많지요. 그러고 나면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환자분도 뭔가 조치를 했으니 고맙다고 하고 아깝지 않게 비용을 지불하고 돌아가시지요. 어떤 효과가 또는 내가 해드린 어떤 Acting을 통해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어떤 예후를 보일지 막연하고 알 수 없지만 대개 그렇게 조치해 놓으면 다음날 또는 그 다음날 눈에 띄게 부종도 통증도 감소가 되어서 나타나곤 하지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하지만, 가끔은 부종과 열감은 많이 줄었는데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사진을 찍어 보았더니 골절이었더라고 초기처치를 잘 못 했다고 양방의사의 비난 내지 환자분들의 민망한 돌팔이 취급을 받기도 하지요. 임상초년병 때는 실제 이 문제로 소송까지 갔던 적이 있다고 전해 들은 풍문이 있어 나름 처치를 해드리고도 X-ray를 찍어서 골절을 꼭 확인하세요 하고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부연을 흔히 하기도 합니다. 자, 일반적인 한의사로서 가장 흔히 그리고 너무도 익숙하게들 하고 있는 이러한 처치행위에 대해 아무런 치료의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화를 내실 분도 있긴 하겠지요? 하지만, 대개 건강한 사람의 염좌문제에 대해 그 화려한 처치들은 명백히 요식행위일 따름이며 양방의사의 비판을 결코 피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왜냐구요? 서두에 말씀드렸듯 대표적인 “질병이 아닌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병이라 함은 인체가 가진 정상적인 회복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를 말합니다. 단순히 외상이 생겨서 파괴된 연부조직들을 스스로 복구하는 과정인 부종, 통증, 열감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결코 병이 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반면, 이러한 상황이 고정을 잘 하고 조심을 하였음에도 며칠 이내에 증상들이 소실되지 않을 때는 인체가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또는 현저히 떨어졌거나 다른 질병의 문제가 내재되었을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으며 이때는 비로서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8체질임상에서 “질병”이라 함은 적어도 두 개 장기이상의 균형이 과도하게 무너짐으로 인해 인체의 여러계통 또는 특정계통의 정상적인 복구능력이나 기능이 감소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발목 염좌로 전혀 인체의 회복기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는 그냥 고정조치만 잘 해도 스스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지만, 간혹 필요한 경우 기본방을 5회만 사용하는 심플한 방법으로 약간의 도움을 주게 되는데, 이는 질병치료라기 보다 그저 잘 작동하고 있는 인체의 정상적인 복구력을 한번 추동시켜주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 심플하여 좀 민망할 때도 왕왕 있긴 하지만, 질병이 아닌 까닭에 다른 어떤 화려한? 방법에 못지 않을 만큼 “몸”이 충분히 스스로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Comments are cl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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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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